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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이에오(2) 2


로아에 들어온지 6개월이 지났다.


세상은 놀랍게도 너무나 평화로워서 로아에 막 들어왔을 때 겁에 질려 덜덜 떨던 사실이 무색할 정도다.

세상 너무 좋다.”

이제는 내 침대가 된 루안의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루안이 먹으라고 가져다 놓은 사과를 아작아작 씹었다.

루안은 나를 발견한 세이크리아의 성기사다그는 나를 처음 발견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돌보겠다는 책임을 가지고 자신의 집으로 데려왔고덕분에 나는 로아에 들어오고 나서 쭈욱 그의 집에서 편하게 지내는 중이다.

진짜 세상 너무 좋네.”

사과를 먹으며 나는 상태창을 띄웠다아이템과 스킬은 회색으로 봉인되어 있었지만 단 하나 예외인 것이 있었다.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고 기분이 좋고 하늘을 날아갈 것 같은 것.

줄어들면 가슴이 아프지만 많으면 많아질 수록 도파민이 팡팡 터지는 이것.

머니머니해도 머니가 최고지.”

루안이 내게 몇 실링 쥐어주며 배고프면 주점에 가서 밥을 사먹고 부족하면 자신의 이름으로 달아놓으라는 걸 듣고 여기의 화폐가 실링이라는 걸 알게 된 순간로또.. 아니 슈퍼볼에 당첨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실링이 주화폐라는 사실을 알게 된 그 순간만큼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슬전쟁어디있는지도 모르는 루테란이고 뭐고 내 알 바가 아니었다.

그저 루안이 내 손에 쥐여준 실링만 보였다.

그때부터였다.

이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 것은.


***


로인상처 확인하게 이리로 와라.”

이놈의 상처.

그가 나를 발견했을 때 내 온몸이 피투성이였다고 했었다심지어 내가 루안의 침대에서 정신 차렸을 때 이 요즈의 몸이 칭칭 붕대로 감겨있었다.

“6개월이 지났어요이제 안 봐도 돼요하나도 안 아픈데.”

내가 귀찮은 티를 팍팍 내며 루안과 거리를 벌리자 루안이 나를 말없이 응시한다.

… 또 시작이네진짜.

루안이 무표정으로 나를 응시하면 정말이지 무서웠다빛 한줌 없는 모든 걸 빨아들일 것 같은 어둠 같은 눈은 내 영혼을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것 같은 느낌을 줬다.

루안알겠어요알겠으니까 그런 눈으로 보지 마요진짜 무서워 죽겠으니까.”

루안은 대답 대신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톡톡 두들겼다.

… 아르테미스에 사는 언니들은 이 남자가 뭐가 좋다고 그렇게 꺅꺅 댈까

나는 터벅터벅 걸어가 루안에게 등을 보인 자세로 겉옷을 벗었다루안의 손이 나시를 입은 내 등을 살짝 매만진다그리고 매번 물어보는 질문이 시작된다.

진짜 안 아픈 게 맞나?”

.”

불편함도 없고?”

그래요.”

지금 여기와 여기다른 느낌은 안 들고?”

.”

그럼 혹시 상처에 대해 기억 나는 건 있나?”

아뇨

알겠다.”

보통은 이 대답을 끝으로 루안의 손이 떨어지는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그가 등을 유심히 만져보고 있었다.

루안?”

미안하다… 상처가… 아니다.”

그가 말을 얼버무리며 사각사각 빠르게 필기하는 소리가 들린다.

루안내 상처가 어떻길래 그래요?”

나도 고개를 돌려 루안을 바라보았다항상 궁금했다내 등에 있는 상처라는 게.

루안이 성당으로 출근하고 나 혼자 집에 있을 때 거울로 몇 번이고 봤지만 루안이 말하는 상처라는 건 찾아볼 수가 없었다.

마치 다 쓴 싸인펜으로 찍찍 그은 듯한 빨간 자국들을 빼면.

내가 노트를 보려고 하자 루안이 빠르게 노트를 덮으며 내 이마를 검지로 꾸욱꾸욱 눌렀다.

혹여 등이 아프면 꼭 말하고이상한 느낌이 들어도 꼭 말해라.”

안 아프다니까… 노트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루안의 뒷모습에 눈을 흘긴다.

앞뒤가 꽉 막히다 못해 사면이 다 꽉 막힌이 남자가 뭐가 그리 좋다고!

그 순간 루안의 엉덩이가 눈에 들어왔다.

아아… 좋은 엉덩이다……

짜악내 뺨을 때려 정신을 돌아오게 만든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난 요즈고 쟨 인간이야나보다 400살은 어린 애일텐데!!

빨개지려는 얼굴을 양손으로 감싼다그런데도 자꾸만 루안의 엉덩이가

로인.”

쿠당탕!

으아아아악엉덩이 안 봤어요그냥 본 거예요!”

루안의 엄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얼굴을 가린 채로 의자에서 굴러떨어진다.

"이번은 엉덩이냐지난 번엔 등짝이라더니."

피식 웃음기가 실린 루안의 목소리에 비명이 절로 나왔지만 꾹 참는다그리고 챙피함을 무마하기 위해 뻔뻔하게 외친다.

어린 놈이!”

그래인간은 요즈보다 어리겠지.”

루안이 나를 일으켜 앉히며 작게 웃음을 터트린다.

… 왜 불렀어요.”

주점에서 먹는 걸 뭐라고 하지는 않겠다만

“?”

갑자기 주점?

나는 손을 내리고 그를 슬쩍 바라보았다.

이번엔 다른 노트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 루안이 눈에 들어온다.

빼곡하게 적힌 글자와 숫자.

조금만 적게 먹어다오… 봉급이… 부족하다……

“??”

진지한 표정으로 노트에 적힌 숫자를 바라보는 그의 모습에시무룩한 그의 목소리에 그만 웃음이 터져나온다.

푸하하하핫!”

정말이다… 생활비가 부족해… 라며 심각하게 중얼거리는 루안을 보며 나는 배꼽을 잡았다.


***


로인과 함께 한 9개월의 시간은 루안에게 있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다.

그녀를 돌보면서 루안의 마음 속에는 조금씩 자신이 믿는 신아니 몸 담고 있는 신성국에 대한 의심이 커져갔다그녀를 만나기 이전부터 싹 트기 시작한 의심들이 하나둘 명확해져 갔기 때문이었다.

루안은 상처 확인에 불만을 품고 툴툴대는 로인을 앉혀놓고로인의 등에 있는 상처를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눌러 확인했다.

등에 있는 상처.’

정확하게는 등과 팔에 새겨진 엘라어그리고 엘라어 위에 마법진을 덧그린 듯한 모양으로 등에 박아넣은 혈석.

이전부터 루안이 수상하게 느꼈던 신성국의 행동에 확신의 쐐기를 박아주었다이에 그는 천천히 주변을 통해 로인의 일행을 찾기 시작했고신성국의 동향에 대해서도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처음에는 조금만 조심하면 별문제 없이 자료를 수집할 수 있었지만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어려워졌다성국에서 로인과 비슷한 요즈의 존재를 찾기 시작했기 때문이다최근에는 누구에게서 소문을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아르테미스에 파견 사제를 보내 수소문을 하기까지 했다.

조금만 더 정보를 찾으면 그녀의 일행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것 같은 실낱같은 희망에 어떻게든 정보를 모으며 수소문을 피해보려고 했지만자신에게까지 로인으로 추측되는 요즈에 대해 물어보는 파견 사제와 마주한 순간이 되어서야 이 이상 미루는 것은 위험하다는 걸 깨달았다.

요즈그들은 자신들이 사는 대륙에서 나오지 않는 특이한 종족이었다그런 종족이 홀로 떨어져 나오면 그 순간부터 위험이 사방에 도사린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세상의 사람들이 궁금해 시선이 모이는 지경인데거기에 신성국과 연관이 되어 있다면?

게다가 이 세상 편하게 사는 요즈에게 이런 걸 어떻게 설명을 해줘야 하는 걸까……

루안은 불안감과 조급함이 일었다.

루안?”

그 순간 자신을 부르는 로인의 목소리에 정신이 돌아왔다.

미안하다… 상처가… 아니다.”

루안은 순간 상처에 대해 이야기할 뻔한 걸 꾹 참고서둘러 주변을 정리했다.

그리고 이제 본격적으로 떠날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본격적으로 떠날 준비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뒤 3개월이 흘렀다.

루안은 그때부터 가계부를 바짝 조이기 시작했다그래야 아르테미스를 떠날 여비를 조금이라도 더 넉넉하게 마련할 수 있을 터였다하지만 의외의 부분에서 지출의 타격이 크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루안은 당직을 서서라도 추가 봉급을 받기로 했다그렇게 3개월이 되어갈 때 즈음 루안은 안심하고 떠날 수 있을 정도의 여비를 마련할 수 있었다.


기사를 그만두겠다고 하고 마지막 당직을 서는 날루안은 뒤숭숭한 마음으로 성당을 둘러보았다.

오랜 시간 있었고지금의 자신을 있게 해준 곳이었다.

돌아올 수는 있을까.’

루안은 그렇게 생각하며 성당 왼쪽 벽에 걸린 그림을 보았다일반인들에게는 루페온의 말씀을 담은 그림으로 보이지만실제로는 신성국 소속인 자들만이 드나들 수 있는 비밀 공간의 입구였다그는 그림을 향해 걸어갔다.

쓰윽그림 안으로 들어가자 어두운 복도가 펼쳐진다그리고 그 복도 끝에 은은하게 빛이 비추고 있었다루안은 작게 기도를 외우며 복도의 벽에 손을 올린 채 손끝에 닿는 벽돌을 하나하나 헤아리며 빛이 있는 공간까지 걸었다그 공간에는 벽에 빼곡하게 새겨진 이름들이 있었다.

루테란

루안은 그 벽에 새겨진 이름들에서 제 이름을 찾았다몇 번을 쓸어보고이름을 중얼거리다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쉬움이라고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복잡했고슬픔이라고 하기엔 이미 오래전 뒤죽박죽되어 버린 감정이 거부감을 내비쳤다.

결국무엇이라 결말을 내지 못한 채 그는 손끝에 성력을 띄웠다그리고 제 이름을 지웠다.

이제는 말끔하게 지워진한때는 자신의 이름이 새겨졌던 그 자리를 한동안 바라보다 자리를 떴다.


그리고 다음 날 루안은 로인에게 기사를 그만두었다는 것 그리고 여행을 떠날 것이라고 말하며 그동안 자신이 로인을 위해 틈틈이 만든 여행 책자와 신성국에서 공수해온 지도를 함께 내밀었다.


***


루안이 봉급이 부족하다며 주점에서 사 먹는 걸 조금 줄여달라고 한 뒤로 3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루안은 바쁜 듯 집에 거의 들어오지 않았고성당 예배에서도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다 어느 날그가 굳은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기사를 그만두었다.”

생각이 많은 표정으로 한마디한마디 신중하게 말하는 루안은 꽤나 수척해져 있었다.

너의 일행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예상하지 못한 화제에 말을 잃었다그 동안 언급도 없다가 이렇게 갑작스럽게 일행을 찾는다니게다가 기사를 그만뒀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평소에 세이크리아의 성기사라는 것에 자부심이 있어보이는 루안이었는데.

그런데 복잡한 생각과 다르게 내 목소리는 세상 바보같은 소리를 내고야 말았다.

?”

나는 손으로 내 입을 틀어막았다안 그러면 헛소리로 루안의 뺨을 때릴 것 같아서였다.

내 이런 황당함이 가득한 표정을 본 그가 미소를 짓는다근데 그 미소가 억지로 짓는 듯한 느낌이라 마음이 좋지 않다.

맨날 여행기만 들여다보지 말고 진짜 여행도 해봐야지.”

거기까지 말한 루안이 내 앞에 지도와 책자를 내밀었다지도와 책자를 유심히 보는데.

띠링!

경쾌한 안내음과 함께 반투명한 창이 펼쳐진다.

… 아까 루안의 애쓴 미소에 마음 안 좋다는 거 취소다.

… 

주먹이 꽉 쥐어지고 입안이 바짝바짝 말라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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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수집요리호감도숨겨진 이야기 등 모험의 서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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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안… 이 **… 나에게 내실을 줬어

스샷저장 카마인 2채널 현재(16:30) 목록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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