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픽] 기다리겠네. 자네가 돌아올 때까지 - 게임 이지하네. 그래, 이게 게임이지. 2
*전체적으로 로스트아크 설정 파괴 있습니다.

1화 : 게임 이지하네. 그래, 이게 게임이지.
트리시온에서 했던 걱정과 달리 스토리 진행은 의외로 매끄러웠다.
레벨과 장비는 초기화 되었지만, 현실에서 모아둔 각종 아이템들, 룬, 보석, 영지 재료, 실링, 골드, 크리스탈 등등이 모두 그대로 있었고, 심지어 스텟은 본캐 스텟이 그대로 적용된 덕분이었다.
비록 내실은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점이 좀 아찔했지만 괜찮았다. 모코코를 진짜로 주워보는 걸 이럴 때 아니면 언제 해볼 수 있을지 모르는 일이니까!
그리고 가장 걱정되었던 것.
게임 속 NPC들이 막 게임빙의물 소설에 묘사된 것처럼 진짜 사람처럼 움직이면 어떻게 하지? 하는 거였다.
다행스럽게도 우려와 다르게 로아 인게임과 똑같이 행동했다.
만약 진짜 사람처럼 행동한다면, 전투를 할 때 죽이는 게 수두룩 빽빽한데 그럴 때마다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시달려 오히려 내가 ** 지도 모르니까.
어쨌든 코드로 주입한 대로만, 실제 게임과 똑같이 행동한다는 걸 확인한 덕분에 몬스터나 적대 세력을 만나도 아무런 느낌 없이, 현실에서 마우스 딸깍이고 키보드를 누를 때와 똑같이 별다른 죄책감이나 감정 없이 처리해 나갈 수 있었다.
오히려 화면으로, 간접적으로 마주한 게임을 직접 체험하니 새로웠다. 짜릿했다.
"VR 저리 가라네. 와."
그런 재미에 푸욱 빠져 괜히 지나가던 도적단이나 사병, 몬스터들 더 잡았다.
짤랑. 짤랑. 짤랑.
"가랏! 코니코니코!"
나의 전설 펫 코니가 후다닥 달려가 땅에 떨어진 실링과 아이템을 주워온다.
"이야. 개꿀잼."
"호랑이 발사!"
[크와아앙!]
나름 게임 속에 적응하고 재미도 붙이자, 슬슬 하나둘 테스트를 해보기 시작했다.
물약, 버프템, 상점, 실링, 아바타 등등. 다행스럽게도 모든 것이 다 적용되었다. 그 중 가장 다행인 것은 통각 시스템이 없다는 거였다.
"으으. 아직 튜토리얼인데다 아르테미스니까 이것저것 실험 해보는 거지. 더 레벨 높은 곳으로 가 봐. 엄두도 못 낸다."
맞거나 다쳐도 아프지 않았고, 회복약을 들이켜면 상처가 말끔하게 나았다. 다치고 회복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나서는 일부러 죽어보기도 했다. 회복약과 버프템이 작용하면 몇백 개가 넘게 쌓여 있는 부활의 깃털도 적용이 될 거라는 믿음에서였다.
이런 믿음은 들어맞았다.
내가 죽으면 내 캐릭터가 사망했을 때 보여지는 인게임 화면과 똑같은 화면이 떴다.
부활의 깃털 사용
크리스탈 사용
근처에서 부활
이것까지 확인이 되자 모든 걱정이 사라지고 세상이 아름다워 보였다.
다만 딱 한 가지 걱정은 '현실로 돌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거였는데, 적당히 현재까지 업데이트 된 스토리를 다 밀거나, 혹은 7개의 아크를 다 찾아 트리시온을 개방하면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추측이 머리를 맴돌았다.
"일단 스토리 진행부터 하자. 죽진 않으니 어떻게든, 언젠가는 돌아갈 순 있겠지!"
그렇게 긍정회로를 돌리며, 아만을 만나 아크라시아에 대해 설명을 듣고, 헤어지고, 아르테미스에서 나오는 퀘스트를 모두 완료한다. 그러자 다음 지역으로 넘어가는 퀘스트가 열린다.
"캬. 게임 이지하네. 그래 이게 게임이지."
아르테미스를 나와 다음 지역인 유디아로 이동하자 눈 앞에 동기화 안내창이 뜬다.
[동기화 10% 완료]
*동기화 : 주요 NPC 및 일반 NPC들의 자유도가 높아집니다.
"NPC들의 자유도? 호감도 높게 쌓으면... 실리안이랑 진짜 결혼이 가능하다는 건가? 푸하하하! 웃긴다! 하하하하!"
NPC들의 자유도라는 말에 웃음이 터진다.
"그래봤자 게임이지 뭐. 끽 해봐야 선택지 늘어나는 거겠지. 푸하하하! 다시 봐도 너무 웃긴다. 푸하하핫!"
나는 별 생각 없이 깔깔 웃으며 설정을 누른다. 설정에서 알림 설정으로 들어가 동기화 알림 해제를 선택했다. 그러자 알림창이 하나 뜬다.
[유저와 로스트아크와의 동기화 진척도에 대한 안내를 받지 않습니다.
단, 동기화 100%는 알림 해제를 하여도 안내 됩니다. 해제 하시겠습니까?]
나는 주저하지 않고 해제를 선택, 설정창을 닫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유디아도 매끄럽게 이지하게 스토리를 완료하고, 다음 지역으로 넘어간다.
그때마다 게임에서 봤던 주요 NPC들을 하나둘 마주할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아만은... 그야말로 한송이 찔레꽃 같달까.
첫 만남에 스토리를 밀면서 느끼던 미움이 사르륵 녹아 사라지고, 오히려 내가 잘 때도 업고 자고 싸울 때도 업고 싸우고 똥 쌀 때도 업고 싸도 좋으니 같이 다녔으면 싶을 정도 였다.
흠흠. 여튼.
아만을 보니 내 최애 페데리코와 실리안이 제일 궁금했다. 어떨까.
커지는 기대감, 부풀어가는 마음을 잘 다독여 눈 앞의 퀘스트에 집중한다.
아. 라우리엘이랑 티엔도 있네. 아자키엘도? 아 잠깐. 그러면 엘가시아도 가보는 건가?
갑자기 경외심이 몰아친다.
"빨리 스토리 밀자."
나는 붕 들뜨는 마음을 다잡으며, 붓을 쥐었다.
"에잇! 기분이다! 콩!콩!이!"
붓을 타고 하늘 높이 점프하며 기분도 내고, 몬스터들도 때려 아이템 드랍도 받으며 힘차게 전진한다.
템렙도 올리고 아바타도 바꿔 입고, 페데리코 사제도 만나고 실리안도 만나서 음악 연주기도 해주고, 춤도 춰주고 선물도 주며 호감도를 높이는 나를 상상하며!
"아. 그러고 보니. 실리안 애정 등급 업데이트 적용되어 있겠지?"
이제는 달리면서 무지막지하게 붓을 휘둘러 스킬을 난사한다. 퀘스트가 연속으로 완료되는 소리가 들리고, 나는 빠르게 다음을 향해 나아갔다.
***
정신 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새 자고라스까지 왔다.
"드디어 실리안 만난다."
자고라스 요새 안으로 들어가자 갑옷을 입은 남성과 함께 서 있는 금발의 미남자가 보인다.
아만이 저 멀리서 손을 흔들며 나를 불렀지만 내 눈에는 실리안만 보인다.
예상보다 조금 더 큰 키.
입고 있는 옷이 갑주도 입고, 또 위에 여러 겹을 덧입었음에도 느껴지는 다부지고 탄탄한 몸.
햇빛에 반사되어 빛나는 화사한 금발.
거기에 깨끗하고 투명한 피부까지.
정말 생긴 것부터 왕자님인 정말 왕자님이었다.
만약 현실에 이런 외모의 소유자가 있었다면 전세계 엔터인먼트에서 스카웃 해가려고 줄을 섰을 것이다.
순식간에 아만의 존재를 삭제시켜 버리는 외모.
내가 넋을 잃고 바라보거나 말거나 실리안과 미한이 아만 쪽으로 이동한다.
'스토리 컷신!'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아만에게 달려가 말을 건다.
은근슬쩍 실리안 근처에 서서 암살자들의 공격에 대비한다. 실리안이 상처 입는 걸 막을 수 있을까 싶어서 였다.
"왕자님!!"
그러나 스토리와 변함없이 흘러간다.
내가 게임 속 코드를 바꿀 수 없다는 게 좀 아쉬웠지만, 한편으로는 안도한다. 내가 어쩌든 모든 것이 게임 그대로 흘러간다는 것이니까.
여차저차 실리안과 안면을 트고, 아만과 함께 철의 왕관도 만들어 대관식까지 모두 진행한다.
게임에서 본캐, 부캐들을 키우며 몇 번이고 봤던 장면이지만 그걸 실제로 보니 감정선이 완전 달랐다.
왕관을 아만에게 전해줄 때는 내가 메인 스토리의 한 장면에 진짜로 서 있다는 감정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게임에서야 '와. 이렇게 감동을 주네.'이러고 끝이었지만, 게임 속으로 들어와 실제가 되고, 그 안에 직접 있으니 감정이라던가 전율이 엄청났다.
로스트아크의 본격적인 스토리는 이제부터인데, 앞으로 메인 스토리를 직접 마주할 때마다 얼마나 압도당하고 전율을 느낄지 기대감에 벌써부터 심장이 터질 듯이 뛴다.
내가 빠르게 움직이는 만큼 스토리는 쭉쭉 진행된 결과, 나는 어느 새 루테란 성에 들어와 슈헤리트를 물리치고, 발탄과 마주하고 있었다.
"으하하하하하! 애송이."
발탄의 웃음소리가 성 내부에 메아리치며 울려퍼진다.
"귀청 떨어지겠다!"
말을 마침과 동시에 암흑 수류탄, 파괴 폭탄을 던지고, 자버프를 다 걸고, 난치기로 낙인을, 잉어왕을 걸고 흩뿌리기를 시전한다. 그렇게 두 어번 반복하자, 발탄이 폭주하여 나를 쳐낸다.
"으아!"
시야가 높게 붕 떠서 천장, 루테란 성 입구, 복도로 바뀌고.
쿠웅!
요란한 소리와 함께 내 몸이 바닥에 떨어진다.
이미 이럴 거라는 걸 알고 있고, 고통도 없지만 날아가 떨어진다는 상황이 너무 무섭다.
"으으. 개무섭. 진짜..."
중얼거리며 몸을 일으켜 세우려는데, 실리안이 달려나와 내 앞을 막아선다.
"아. 막타. 내 막타..."
끄흑. 붓을 움켜잡으며 막타를 빼앗긴 쓰린 속을 달랜다. 그래도 실리안이 에스더로 각성 후, 두 번째로 패자의 검을 휘두르는 타이밍이니만큼 잠자코 있는다.
"흐아아앗!"
실리안의 패기 넘치는 기합과 함께 패자의 검이 빛나며 발탄을 내리찍는다. 그러자 발탄의 무기와 갑옷이 파괴되어 바닥에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영상에서도 절로 감탄이 나오는 장면이었는데 실제로 보니 압박감과 위용이 어마어마하다.
'언제 봐도 놀라운 딜량이야. 갖고 싶다.'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는데, 카마인이 등장한다.
'아. 섭주님. 에버그레이스와 웨이, 바르칸 더 많이 뜨게 해주세요.'
잠깐 기도를 한다.
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자니 스토리가 넘어간다.
그 뒤로 영지도 하사받고, 배도 하사 받아서 루테란을 떠났다.
아. 실리안 호감도를 위해 노래도 연주하고, 위로도 열심히 했다. 매력과 지성 부족으로 매몰차게 나에게 선을 긋고 도도하게 구는 실리안을 보며 이가 뿌드득 갈렸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웃으며 주먹 쥔 손을 바르르 떠는 것 뿐.
"두고보자 실리안. 아크라시아에 미남자가 너 뿐인 줄만 아니? 페이튼에도 있고 엘가시아에도 있단다. 그리고 너가 광팬인 카단도 있지."
넌 카단 못 만나봤지? 난 조만간 만나러 간단다.
실리안에게서 받은 배에 올라, 의 배웅을 받는다.
"몸 조심하게. 그대 곁엔 항상 내가 있다네."
"걱정마. 맨날맨날 놀러와서 노래도 연주하고 격려도 해줄거야."
웅장한 뱃고동 소리와 함께 배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는 실리안의 외모가 너무나도 찬란하다. 그 찬란함에 넋을 잃고 바라보는데, 그의 연한 하늘색 눈동자가 한순간 이채를 띤다.
그 순간, 세상이 울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고요한 연못에 돌을 던지면 물결이 일어나 연못 전체로 퍼져나가며 일어나는 떨림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뭐지?'
놀라서 주변을 둘러보지만 아무 이상 없다.
다만...
실리안이...
찬란하게 빛나던 실리안의 얼굴이 어두웠다.
빛이 사라지고 그림자가 내려앉은 것처럼 보였다. 햇빛이 분명 그를 향해 내리쬐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두웠다. 그러나 더 자세히 보기도 전에 그림자가 사라지고 그의 눈동자에 다시 한번 이채가 서린다.
그 잠깐의 변화에 이상하게도 소름이 돋는다.
"실리안? 괜찮은거지?"
"........"
내 말에 역시나 실리안은 대답이 없다.
대답 대신 실리안은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다, 이내 다시금 얼굴에 빛을 되찾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잠시간의 변화가 마음에 걸렸지만, 그의 외모는 변함없이 눈부셨기에.
"참. 잘생겼다. 그래. 게임은 이래야지."
게임 코드로 돌아가는 이 세상. 내가 어떻게 하든 상관 없지만, 나도 실리안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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